생애포트폴리오를 통해 지니와 함께 한 20여년을 돌아보며 지니의 오늘이 있을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근원이 무엇일까를 살펴보았다. 그림으로 표현되는 지니의 삶이 한눈에 들어왔다. 20여 년이라는 성장해가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 안에 스스로 숙성해가며 다져진 성숙이 보였다.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아이들의 시선을 짐짓 모른 체하며 종이 위로, 그림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몰입을 통해 스스로 의미를 찾으며 지내 왔던 초등학교 시절, 하교 후 5년 동안의 ‘혼자 놀기’는 스스로 의미를 찾으며 지냈던 성숙의 시간이었다. 그 몰입(Flow)의 시간을 김정섭은 내 안의 행복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하였다. 그것이 플라톤이 말하는 지니만의 코라(Chora) 즉, 창조의 시간이었으며 또한 지니만의 ‘사적 장소(Private Place)’이기도 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어떤 일에 집중해 내가 나임을 잊어버릴 수 있는 심리적 상태를 몰입(沒入)이라고 정의했다.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몰두했을 때의 상태인데 그 자체가 좋아서 그 활동에 전적으로 빠져들어 창의적인 에너지가 우리의 몸속에 유유히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하늘을 나는듯한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지니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가꾸어 나갔다.

생애포트폴리오를 통하여 그 시간들이 지니의 성숙을 위하여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몰입의 시간이 지니가 누렸던 행복의 시간이었음도 알게 되었다. 그 행복한 몰입의 시간을 통하여 지니가 그리는 행복한 표정의 캐릭터들이 탄생하고, 그림 속 인물들의 얼굴에 풍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애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생애포트폴리오의 내용들을 분석하면서 지니의 삶의 흔적들의 변화하는 모습들이 보여졌다.

장애아들에게도 그들만의 ※카이로스 시간((kairos time)이 있음을 말한 ※김정섭의 표현대로 지니의 시간은 어느 순간 정지되어 있었으며, 어느 순간은 느리게 가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숙성이 되며 자신의 영역을 다지고 있었다. 그런 숙성의 결과를 지니는 전시회를 통하여 일취월장한 자신의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주었고, 그렇게 길러진 자존감으로 전시 작품 관람객들에게 자신 있게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2013년 전시회 작품설명

2014년 전시회 작품설명

2015년 전시회 작품설명

 
일러스트 작가로서 주어진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지켜보게 되었다. 이제는 지니의 가능성을 모(母)인 필자보다 외부 사람들이 더 잘 평가해준다.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일러스트 작업은 지니가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었으나 실제로는 어떨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A4사이즈 작은 공간 안에서 일러스트의 주인공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고정관념이 없는 자유로운 묘사는 어디서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을까? 보랏빛, 녹색, 오렌지색, 핑크색 머리카락을 한 주인공들이 상황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SNS에서 함께 작업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의 댓글이 신선했다.

“생생하네요”
“큰 그림으로 보니 표정이 살아있네요.”
“헤어컬러가 다채로워요^^”
“환상적이에요”
“작가님의 천사 같은 심성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일러스트작업에 대한 댓글 1

일러스트작업에 대한 댓글 2

일러스트작업에 대한 댓글 3

일러스트작가가 되어 풍부한 표정을 가진 인물들을 다채로운 색상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지니의 오늘은 일변 자신의 세계에 갇혀있는 듯 보였으나, 그런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가꿀 방법을 찾아내고 힘을 기를 수 있었던 느린 교육, 천천히 가는 교육으로 표현되는 지니만의 카이로스였다. 그런 성숙의 모습을 생애포트폴리오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 카이로스 시간((kairos time) : 의미의 시간, 내면의 시간, 성숙의 시간, 주관적인 시간, 마음의 시간으로 인간에게 모두 다르게 적용되는 시간이며, 신약성경에서는 ‘하나님이 정하는 때’로 설명한다.

시간에 대한 두가지 개념, 절대적 시간과 상대적 시간이 있다. 뜨거운 냄비에 손을 얹는 다고 가정해보면, 단 몇 초만 얹고 있어도 그 시간은 너무나도 길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연인과 같이 있을 때, 몇 시간이라는 시간조차도 짧게 느껴질 수 있다. 시간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길이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과 주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으로 상대성 이론으로 설명한다.

카이로스는 상대적인 시간의 신이자 기회의 신으로 제우스의 아들이다. 카이로스의 모습은 앞머리는 무성한데, 뒷머리는 머리털이 하나도 없는 대머리이며, 양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으며, 손에는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고 한다.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 즉 기회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앞머리를 무성하게 함으로써 그것을 알아본 사람은 금장 움켜잡을 수 있도록 했다.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지나고 나면 다시는 붙잡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 즉 기회는 놓치면 좀처럼 다시 오지 않는다는 뜻인데, 발에 날개를 달고 있으니 잡으려야 잡을 수 없다. ‘이때가 기회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평소와는 달리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놓쳐버린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회가 앞에 있을 때는 정확히 판단해야 하며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칼과 같이 빠르게 결단해야 한다.

크로노스는 절대적인 시간의 신이다. 즉, 그는 우리와 무관한 시간으로 달력에 맞춰 넘어가고 시계의 침과 함께 흘러가는 시간을 지배한다. 절대적인 시간은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면서 흘러가 우리를 늙게 하고 끝내 죽게 하는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상대적인 시간의 신이다. 이 시간은 목적을 가진 사람에게 포착되는 의식적이고 주관적인 시간을 나타낸다. 게으른 사람에게 1분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람에게 1분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중대한 시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카이로스 시간은 기회의 시간이며 결단의 시간이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관리할 수 없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늘일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주관적인 시간이므로 같은 양의 물리적 시간이라도 사용함에 따라 두 배 혹은 세 배까지도 늘릴 수 있는 것이며, 동시에 그 순간을 놓쳐버린다면 찰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 (출처 :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136XX70700018 2018.5.5. 검색)

※ 김정섭 : 장애인평생교육의 시간적 의미(2015)

교육학 박사 한국장애인가족문화연구소장  jem9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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