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디자인공모전출품

H 대학교 1학년 때 디지털디자인과 수업 활동을 국제디자인공모전 출품으로 연결하셨던 교수님의 지도력이 빛을 발했던 작품이다.

가습기 디자인을 위해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며 아기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하며 어항 속에서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것을 연상하여, 뛰어오르는 모습으로 벌리고 있는 물고기 입에서 수증기가 나오게 하는 디자인을 고안했다. 교수님께서 입에서 수증기가 나오는 것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어려울 것이라고 하시며, 예쁘고 동그란 몸통의 물고기가 입을 벌리고 있고 둥근 몸통 주변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게 하여 수증기 속에서 물고기가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주시며 지도해 주셨다고 했다. 같은 학과 학생들과 출전을 했고 입선했다.

어항가습기에 대한 댓글

SNS에 올려놓았는데, 예쁘다고 감탄하면서 저런 가습기가 있으면 살 것이라면서 디자인특허를 내라고 하였다.

대학교 2학년 때 국제디자인공모전에 노인들을 위한 보행기 디자인 작품으로 출품했다. 어두운 길을 밝혀줄 조명등을 설치하였고, 물병꽂이와 간단한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도 설치하였다. 예쁜 돌고래를 응용하여 디자인했는데 항상 생각이 어린 지니는 노인들보다는 아기들이 좋아할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를 더 잘 고안하는 것 같다.

노인들을 위한 보행기 디자인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추상적인 사고가 어렵다 하고, 실제로 추상적인 것을 이해시키기 어려운 점 있으니 지니(가명, 필자의 자녀)가 창작을 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잘 안다고 생각했던 치명적인 선입견이었다. 생각 외로 꼼꼼하게 진지하게 고안했다. 어항 속의 물고기가 뛰어오르면서 수증기를 뿜어내는 디자인은 유아적인 상상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지니이기 때문에 해낼 수 있는 디자인이었으며, 지니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창작 디자인을 통한 추상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지니가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내 생각은 처음부터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 내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지니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허상을, 그들이 말하는 이론이라는 것이 얼마나 근거에 취약한가를 다시 알게 되었다. 추상적인 사고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사고에 대한 소통의 부재인 것이며, 느리지만 서서히 발전하고 있는 추상적인 세계를 발현할 환경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니만의 창작 세계는 일러스트 작가 활동을 하면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H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어딘가에는 꼭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일을 만나게 되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선생님께서 특수교사 6분과 함께 학생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주제의 책을 만들고 있는데, 그 책에 들어갈 일러스트(삽화)를 그릴 작가를 찾는 중이라고 하였다. 나는 지니의 전시회 작품들과 캐릭터 습작들을 보여드렸다. 그 정도면 ‘프로 작가’라는 답변을 받았다. 선생님의 확신에 찬 답변에 대해서 오히려 내가 더 의문이 들었다. 지니가 캐릭터 그리는 것에 몰두해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상황표현과 인물들의 표정 묘사를 잘 해낼 수 있을까가 궁금했다. 출판 작업회의에 함께 참여하고, 작업내용을 확인하였다.

“우리 지니, 이런 것 할 수 있을까?”
“음, 먼저 러프스케치를 하고, 디테일을 하면 될 것 같아.”

나의 짧은 질문에 더 긴 문장으로 대답했다. SNS를 통하여 참여한 선생님들과 작업내용을 주고받으며 진행하고 있다. 내 역할은 매니저이다.

정은미 교육학 박사 / 한국장애인가족문화연구소장  jem9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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